대학원 교과 과정 중에 일 년에 한 번씩 committee에게 지난 일 년 동안 나의 연구 결과물에 대해서 공유하고 피드백받는 자리가 있다.
미팅이 약 한 달 정도 남았을 때인 2월 초반에 나의 지난 연구 결과물, 결국엔 새로 만든 figure가 몇 개가 되는지 생각해 보니 생각보다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동안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1년 동안 뭘 한 걸까?
생각해 보면 그래도 일 년 동안 집중해서 하던 특정 분야가 있긴 했다.
그런데 그 연구 초기에 교수도 grant 때문에 바빠서 약 2달 동안 개인 미팅도 잘 못하고.. 나도 그 시간 동안 뭔가 하긴 했지만.. 딱히 의미가 있진 않은 일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서 미팅 했더니,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할 것 같다는 피드백도 듣고.
어쨌든 다른 방법으로 분석하고, 나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해서 추가 분석도 했다.
미팅 전날 미팅 준비로 바빴지만 그 추가 분석 관련해서 좀 더 업데이트된 결과물을 갖고 가려고 시간과 신경을 더 쓰느라고 바빴지만, 의미 있는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했다.
미팅날 이상하게 엄청 떨렸다.
평소에도 발표 전에 긴장하긴 하는데 그날따라 더 떨리고, 그 긴장이 오래 지속되었는데.. (아마 커피 때문에 그런 것이었을까)
어쨌든 미팅하면서도 계속 긴장하고, committee의 첫 질문이 사실상 내가 알아야 하는 건데 신경을 못쓰고 준비를 못해서 처음부터 좀 당황하고 망한(?) 느낌이었다.
컴퓨터 위치도 낮아서 발표하는데 그 자세 자체가 얼마나 불안하던지.. 그냥 여러모로 멘털적으로 힘들게 만드는 환경이었다.
미팅 끝나고 committee랑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아무래도 지난 일 년 동안 시간 /노력 들여서 했던 부분을 빼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납득이 가능했지만, 나로서는 이걸 연구 내용에서 제외함으로써 이거에 대해서 연구했던 지난 시간들이 다 날아가는 느낌도 들고 좀 허무했다.
그리고 사실 피드백은 이전에도 들었던 피드백이었다.
이전에 같은 내용으로 같은 committe한테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었고, 그 내용을 지도 교수와 상의했었다. 그때 지도 교수는 그래도 이 데이터를 뺄 이유가 없고, 데이터가 명확한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믿고 나도 하기로 했었는데 이번엔 지도교수도 그 내용을 빼는 것에 대해서 동의한 듯하다.
물론 지도 교수의 생각과 연구 방향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고, 교수도 나도 같은 주제를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생각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맞이하면서 내가 열심히 지도 교수의 지도를 따르고, 믿고 연구를 해도 이게 항상 옳은 방향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항상 지도교수의 연구가 나에게 효율적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항상 이끌어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연구 주제에 대해서 보고싶었던것이 약 5가지가 있었다고 하면, 2개는 끝냈다고 생각했고, 그중에 1개는 지금 진행 중이고, 나머지 2개도 큰 문제없이 시간만 들이면 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냈다고 생각한 2가지 중 1개는 빼야하니 내가 한 것은 진짜 얼마 없고, 앞으로 해야 할 것들만 남아있는 느낌이다. 되게 허무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나는 시간에 대한 압박이 좀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다 효율적으로 쓰고, 계획적으로 쓰는 건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이랑 이야기해보면 나는 최대한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큰 편인 것 같다.
거기에다가 나의 급한 성격과,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물이 하나씩 만들어져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더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연구 결과는 하나씩 늘어나야 하고, 그러지 못할 때 불안함이 느껴진다.
학교 가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온전히 분석에 집중하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려고 한다.
사실 연구라는 게 꼭 시간대비 결과물이 늘어나는 효율적인 업무라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들이고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봐야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이 불안감들 때문에 그것을 빨리빨리 하고자 하고, 이번 경우처럼 그 결과물을 어쩔 수 없이 빼야 하는 상황이 오면 좀 멘붕이 오는 것 같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들여다봐야 할 때이다.
어렵지만 시간과 업무의 효율성에서 벗어나서 조금 더 천천히 다양하게 들여다봐야 할 때이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내 안에서 지키고 싶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타임라인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어쩌면 그런다고해서 이 타임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 있기도 하고, 오히려 지키게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 마음이 불편한 그 상황에 내가 익숙해지고 그렇게 해야 한다.
미팅이 끝나고 다시 연구를 처음 시작하는 이 기분에 좌절을 했지만, 이것에 대해선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직면하고 새로운 연구를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요즘 힘든 건 그 내 마음속에 있는 타임 라인에서 벗어나서 이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어차피 급하게 마음 먹으면 될 것도 안된다.. 느긋한 마음에서 더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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