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 중
나는 보통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그래서 집에 갈 때도 (물론 갈 길이 멀기도 하고 밤이 어두워서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성격이 급하기 때문에 빨리빨리 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렇게 가려고 하다 보면은 뭔가 걷는 것도 괜히 불편한 느낌이고
생각보다 빨리 가지 않게 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언제 집에 도착하나 , 그런 생각에 뭔가 마음이 더 조급해지고 더 느리게 가는 느낌이 들고는 한다.
요즘 가끔 내가 평소에 걷는 걸음속도 보다 더 천천히 걷고 거의 터벅터벅 매우 천천히 걷는 걸음을 걸으면서 갈 때가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렇게 걸으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뭔가 빨리 가야 된다는 생각도 없어지고 그냥 이 순간을 더 즐기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요즘에 자주 고민하고 있는 것, 그리고 나를 매우 답답하게 하는 것 들이 있다.
내 삶의 속도, 그리고 지금 나의 현재 상태 (학생), 그리고 내가 어디로 가는지 방향 등.. 이런 것들이 나를 되게 답답하게 한다. 뭔가 우울하게 하기도 하고..
그리고 되게 막막한 기분도 많이 든다.
왜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들게 되었을까?
사실 그동안은 '속도'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고 '방향'에 대해서만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왜냐하면 어차피 방향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나도 알고, 인지하고 있고 그리고 (무슨 이유가 되었든) 다시 학생이 되기로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나의 선택을 부정하고 싶어서 그렇게 생각했다기 보다는 실제로 그렇게 믿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36살이 되니까 이게 이제 30대 후반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몰라도 그동안과는 느낌이 참 다르다.
방향보다는 이제 속도가 어느 정도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내가 속도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와서 그런 걸까?
갑자기 왜 속도가 중요하지? 어떻게 보면은 속도가 중요한 거라고 살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있다고 믿으며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 속도에 대한 것은 많이 내려놓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그 속도가 이제 남보다 늦어졌다고 생각이 든다.
나에게 주어진 이 공부라는 것, 특히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좋은 기회이고,
사회생활과 비교해보았을 때 학생 신분이라는 게 도전과, 실패, 부족함이 인정되는 조금 여유로운 시기이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에게 진정으로 이 공부가 필요한 건지, 맞는 건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갈구하고 있다.
이 생각을 이 나이에도, 36살에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최근에 속도 (+방향)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오늘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하다 보니 조금 이 속도에 대한 생각이 많이 조급함이 조금 사라진 것 같다.
어차피 내가 갈 길은 사실 정해져 있다.
지금 나는 집으로 가고 있고, 나도 언젠가 졸업이든,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졸업 후 나의 진로든, 내 삶의 목적지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지는 언젠가 가다 보면 다다르게 되어 있다.
내가 지금 빨리 가려고 난리를 쳐봤자, 지금 뛰어봤자 사실 바로 도달하기 힘들다.
지금 당장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좀 더 빨리 뛰면 좀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내 욕심만큼, 생각만큼 이 상황이 쉽게 빠르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지금 내가 이 터벅터벅 천천히 걷는 것을 즐기듯,
조급한 마음을 더 내려놓고 나도 내 길을 천천히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리고 그렇게 가다 보면은 목적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그래야 이 가는 걸음 하나하나가 마음에 편하고 그리고 이게 나한테 맞는 속도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먹고 하다 보면 빨리 가려고 노력했던 때에 비해서 너무 늦어지는 건 아닐까?
그럴 수는 있다. 그리고 그럴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렇게 집에 가는 길도 빨리 가봤자 사실 1, 2분 차이다.
리가 운전하면서 빨리 가려고 하면 물론 목적지에 조금 더 빨리 도착은 한다.
무리해서 가지만 빨리는 간다.
그런데 그 무리하는 동안 엔진에 과열도 되고 (-->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위험하고 경찰에 잡힐 위험이 있고 (--> 너무 억지로 빨리 하려다 보니 제대로 데이터 해석을 하지 않고 억지로 껴맞출 수도 있고)
이러한 다양한 위험한 요소에 마주치면서 무리해서 가는 거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간다고 해도 1, 2분 줄어든다.
그게 참 신기하다.
나도 무리해서 시간을 갈아 넣고, 연구하다 보면 조금 더 빨리 결과는 나오겠지. 그런데 그래봤자 한 달이겠지. 한 달 빨리 간다고 삶이 달라지나? 그건 아니다.
만약 1년 정도 줄인다 생각해 보면? 근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박사 과정을 10년 이상 하는 게 아닌 이상)
실제로 그만큼 시간을 줄이기 힘든 이유로는 내가 PI나 포닥이 아닌 학생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나도 배워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아야 되고,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할 때도 있다.
만약 시간을 많이 줄이려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어야 한다.
(그거는 뭐 회사에서 같이 프로젝트 할 때나, 연구에서도 뭔가 이제 다 같이 힘을 맞춰서 막판 스퍼트를 할 때나 그렇다. 그건 정말 필요할 때 아마 그렇게 하게 될 것이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최대 3개월 정도 현실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3개월 크다면 큰 기간이지만.. 그 정도는 사실 참을 수 있다. 그래서 그냥 마음 편하게 있자고 생각이 든다.
학생 후의 삶을 잘하려면 나도 천천히 배워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하나 하나씩 챙겨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에 한 Task 만 생각하자. 멕시멈 두 Task. 그 이상은 어차피 할 수도 없고 소화가 안 된다. 무리해서 하면 언젠가 버거워진다.
그래서 그냥 천천히 가자. 그냥 오늘 뭐 할지 그거 하나만 생각하자.
하루에 논문 1편 읽기, 연구 분석 1개 처리, 맥시멈 2개.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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